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것들이, 각각 전혀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들이, 한 표현자의 인스피레이션으로 발견되고 인용되고 그러모아져, 일순간에 하나로 연결되어 요리가 되기도 하고 조각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음악이나 문학의 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것이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하는 것일까. 어떤 인과로 이러한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실로 시적인 만남이고 부름이며, 그리고 불가사의한 세계의 탄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우환, 『 여백의 예술 』